Mayhem(US) “Burned Alive”

줄창 Mayhem만 들었던 한 주를 뒤로 하고 좀 새로운 걸 들어보자고 꺼낸 게 미국 Mayhem이니 형편없는 선곡 센스가 지나치게 돋보이겠지만… 인생이 뭐 그런 거라고 치고 넘어간다. 사실 Mayhem이란 단어를 밴드명으로 쓴 메탈 밴드는 은근 있는 편이지만 저 노르웨이의 불한당들 덕분에 주목받을래야 받을 수가 없었던 그네들의 팔자들을 생각하면 이렇게라도 가끔 나 같은 사람이 한번씩 들어주는 것도 나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각설하고.

이렇게만 얘기하면 완전 듣보 밴드인 것 같지만 레이블도 Black Dragon이니 나름 이름 있고, 보컬의 Matt McCourt도 이름만 봐서는 누군가 싶겠지만 알고 보면 Dr. Mastermind의 그 사람이니 나름 미국 헤비메탈의 터줏대감…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당한 ‘네임드’ 뮤지션이 주변인들을 끌어모아 만든 야심찬 밴드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 만큼 보통 스래쉬 소리 많이 듣는 밴드고 앨범이지만, 그보다는 헤비메탈에 적당히 스래쉬/스피드메탈의 기운을 더한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당장 기타 톤만 보더라도 Dr. Mastermind가 ‘Abuser’ 등에서 달려주는 부분을 꽤 닮아 있고, 아예 Dr. Mastermind의 ‘Domination’ 커버곡까지 담고 있기도 하고.

하지만 ‘Fuk-U’나 ‘Couch Potato’, ‘Ace of Spades’ 커버처럼 S.O.D가 감명깊었는지 펑크풍 짙은 크로스오버 스래쉬를 시도하는 트랙들은… 이게 그냥 유쾌한 헤비메탈이었으면 좋았겠지만 나처럼 그냥 어설프게 펑크풍 씌우다 망해버린 것처럼 들릴 이들도 있잖을까 싶다. ‘Ace of Spades’ 커버도 실었는데 ‘Ace of Spades’를 지나치게 따라하는 모습이 역력한 ‘White Mice on Speed’를 듣자면 이 밴드가 실력이야 그렇다 치고 스래쉬라는 장르에 대해서 뭔가 오해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짐작도 든다. 밴드명이 Mayhem인데 이런 음악을 했다는 것도 지금 생각하면 좀 곤란하다. 하긴 그러니까 그 노르웨이 밴드에 묻힐 팔자였을 것이다.

[Black Dragon, 1987]

Mayhem “Live in Sarpsborg”

Peaceville이 2017년 즈음 낸 Mayhem 라이브 시리즈들 중에서 단 한 장만 빼 놓고 구한다면 아무래도 이 앨범이 아닐까? 물론 최악의 퀄리티는 “Live in Jessheim”이겠지만 이건 어쨌든 Dead가 마이크를 잡은 Mayhem의 공식적인 첫 공연이라는 의미라도 있을 것이고… “Live in Zeitz”는 그래도 이 중에서는 비교적 나은 퀄리티의 라이브였고, 결국 “Dawn of the Black Hearts”의 그 공연을 다른 마스터 음원을 이용해서 나왔다는 이 앨범이야말로 가장 메리트가 떨어진다. 그러니까 사실 “Dawn of the Black Hearts”를 가지고 있는 이라면 굳이 구할 이유가 딱히 없는 앨범인 셈이다.

그리고… 다른 마스터 음원을 이용했다지만 그렇다고 음질이 “Dawn of the Black Hearts”보다 딱히 나아진 것도 아니고(사실 차이 자체를 별로 느낄 수 없다), 애초에 “Dawn of the Black Hearts”가 담겨 있는 음악의 수려함으로 유명해졌던 앨범도 아닌 만큼 이 앨범의 존재의 의미는 더욱 빈약해진다. Peaceville이 꾸역꾸역 인터뷰와 미공개 사진으로 채워둔 부클렛이 메리트라면 메리트겠지만… “Dawn of the Black Hearts”의 그 커버를 생각하면 비주얼의 면에서도 딱히 경쟁력이 있긴 한가 싶다.

그런데 그럼 나는 왜 이걸 돈주고 샀는가? … 그런 게 인생이라고 누가 그러더라.

[Peaceville, 2017]

Mayhem “Live in Jessheim”

Peaceville에서 나오긴 했지만 엄밀히 말하면 원래 부틀렉으로 돌아다니던 앨범(“The Great War”)을 Peaceville에서 정식으로 발매한 것이니 이걸 오피셜 라이브라고 부르기는 좀 애매하다. Dead가 마이크를 잡은 Mayhem의 제대로 된 첫 번째 공연이었던 1990년 2월 3일의 노르웨이 Jessheim에서의 라이브를 담은 앨범인데, 이 시절 Mayhem의 공연을 담은 부틀렉들이 다 그랬지만 형편없는 음질은 앨범을 끝까지 듣기조차 쉽지 않게 만든다. Necrobutcher는 일찌기 자신은 “Live in Leipzig”의 발매를 반대했었다고 한 적이 있었는데, 이 부틀렉까지 찾아 듣기에 이르게 되면 그 시절 라이브들 중 뭔가 하나를 앨범으로 낸다고 한다면 “Live in Leipzig”밖에 없긴 했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만큼 심각하다는 뜻이다.

특이한 건 Mayhem의 부틀렉들의 열의 아홉은 대개 지나치게 시끄러운 드럼(사실 느낌으로 보면 깡통에 가까운) 연주 덕에 다른 파트가 모두 묻혀버리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 앨범에서는 오히려 드럼이 확 죽은 덕분에 반사적으로 기타와 베이스가 좀 덜 묻히는 결과가 되었다. 그러니까 부틀렉 중에서는 뭔가 좀 덜 부틀렉스럽게 녹음된 앨범이라는 얘긴데, 그렇다고 잘 들리는 파트가 있는가 하면 하나도 없기 때문에 듣기 참 곤란하다는 점에는 차이가 별로 없다. 사실 Mayhem의 이런저런 앨범들을 듣자면 80년대의 형편없는 팀웍과 연주력이 팍팍한 시절을 거치면서 점점 본의 아니게 늘어 가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데, 첫 공연이어서 그런지 연주라는 면에서는 좀 더 조악한 모습도 발견할 수 있다. 특히나 앨범 초반의 연주를 좀 ‘저는’ 모습은 (‘Freezing Moon’부터 몸이 풀리는지 슬슬 좀 나아지는 것처럼 보인다)… 그냥 인간적이라고만 해 두자.

Mayhem 팬이라면 한 장쯤 갖춰놔도 나쁘지 않겠지만 Mayhem 팬이라도 아마 쉽게 손이 가지는 않을 그런 앨범.

[Peaceville, 2017]

Mayhem “Dawn of the Black Hearts”

아마도 Mayhem의 부틀렉들 중에서는 가장 유명한 앨범일 것이고 굳이 부틀렉을 찾아듣지 않더라도 블랙메탈 팬이라면 꽤 익숙할 바로 그 앨범. “Live in Leipzig”와는 달리 밴드의 정규작은 아니었지만 Euronymous의 측근이 아니었다면 아마도 보기 어려웠을 Dead의 사후 사진을 커버로 쓰는 패기는 이 앨범을 다른 부틀렉과는 확실히 다른 경지로 올려놓았다. (사실 앨범을 보면 별로 사진 같다는 느낌이 들질 않는다. 현실감 없이 느껴져서 그럴지도 모른다.)흔히 웬 무명 콜롬비아 레이블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저 Warmaster Records도 남미의 데스메탈 프론티어로 꽤 이름을 알리면서 Osmose에서 앨범을 내고 있던 Masacre의 Bull Metal이 굴리던 레이블이었다. 말하자면 듣보잡 취급하기는 좀 애매한 레이블이었다는 뜻이다.

Dead가 Mayhem의 보컬로 활동한 게 1988년부터 4년 남짓이었음을 생각하면 사실 Dead가 Mayhem의 보컬로서 남긴 음원은 그리 많지는 않은데, 애초에 노르웨이에서 공연 2번만에 클럽들의 보이콧으로 안되겠다 싶어서 떠난 투어도 독일에서 3차례, 터키에서 1차례의 공연에 그쳤던만큼 남은 게 많다면 그게 더 이상했을 것이다. 그 중에서 가장 잘 알려진 게 독일에서의 마지막 공연이었던 “Live in Leipzig”이고, 이 부틀렉은 1990년 2월 28일의 노르웨이 Sarpsborg 공연을 담고 있다. 덕분에 ‘Pagan Fears’를 제외하면 “Live in Leipzig”에도 모두 있는 곡들이고, 부틀렉답게 음질이 절륜하기 그지없었던 “Live in Leipzig”보다도 한술 더 뜨는 수준이니 사실 Mayhem의 팬이 아니라면 이걸 추천하긴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어차피 이 앨범을 듣는 이들은 결국 Dead가 마이크를 잡은 Mayhem의 모습을 체험하려는 이들일 것인데, Dead의 보컬만큼은 “Live in Leipzig”에서보단 확실히 좀 더 나은 편이고, Hellhammer의 테크닉이 일취월장하기 전 좀 더 여유 있는 템포로 ‘Chainsaw Gutsfuck’를 연주하는 모습도 지금에 와서는 이색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게다가, 가장 많이 돌아다니는 이 부틀렉의 부틀렉(뭐 시작부터 부틀렉이었으니 정말 여기저기서 마구 나온다) 버전은 Messiah가 보컬을 맡았던 밴드의 1985년 Ski 라이브를 담고 있으니 듣기 고역인 건 매한가지겠지만 사료로서의 가치도 충만하다. 역사 공부도 아니고 앨범을 뭘 사료로서 모으냐 할 수도 있겠지만 애초에 이 앨범을 돈주고 살 사람들은 사료로서 앨범을 살 수 있는 사람들일 것이니만큼 그게 크게 문제되진 않을 것이다.

그래도 참… 언제 들어도 피곤한 앨범이긴 하다. 이러니까 부틀렉이 참 어렵다.

[Warmaster, 1995]

Mayhem “Live in Leipzig”

Mayhem의 첫 공식 라이브 앨범. 사실 생각해 보면 1993년에 Mayhem이 내놓은 정규작은 “Deathcrush” EP 하나 뿐이었고, 이미 이 장르의 선구적인 앨범들이 먼저 세상에 나온 시점이었다(Darkthrone의 “A Blaze in the Northern Sky”나, Samael의 “Blood Ritual”이나, Immortal과 Burzum의 데뷔작이나…). 그러니까 블랙메탈의 원조격으로 대접받는 밴드가 뜬금 라이브앨범을 낼 타이밍은 생각건대 아니지 않나 싶다. 결국 이 앨범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시체 코스프레 수준이 아니라 정말 시체같은 삶을 추구한 것으로 유명한 Dead가 참여한 밴드의 유일한 공식 릴리즈라는 점에 있을 것이다. 이미 1991년에 떠난 보컬리스트를 데리고 앨범을 낼 수는 없었으니 그 시절 라이브를 내놓는 것밖에는 다른 선택이 없었을 것이다. Dead가 한 장의 앨범도 내지 못하고 떠난 걸 안타깝게 생각한 레이블측의 권유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각설하고.

수록곡들은 “Deathcrush” EP의 곡들이 주류기는 하지만 ‘Freezing Moon’처럼 1994년에야 첫선을 보일 곡들이 이미 그 이전에 완성되어 있음을 보여주고 있고, 아직은 본격 블랙메탈 보컬이라기보다는 Morbid 시절의 데스메탈 보컬에 더 가까워 보이는 Dead의 노래도 – 그 자체의 기량은 둘째치고 – 악명 높은 초창기 밴드의 이미지에는 더없이 잘 어울린다. 곡과 곡 사이의 이런저런 멘트들만 듣더라도 이 사람은 확실히 블랙메탈 보컬이 직업이라기보다는 그냥 진짜로 미친놈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를테면 ‘Freezing Moon’의 도입부라던가) 이들의 초기작들이 다 그렇듯이 드럼이 지나치게 강조된 레코딩은 좀 많이 곤란하지만 그래도 어쨌든 공식 라이브인지라 다른 부틀렉보다는 그래도 상황이 조금은 나은 편이고, ‘Chainsaw Gutsfuck’ 같은 곡에서는 항상 그 시끄러운 드럼에 묻혀버리던 베이스가 힘을 내서 디스토션 바짝 걸고 그 존재감을 드러낸다. 좀 집중할 만 하면 튀어나오는 잡음들만 아니라면 확실히 좀 더 나았을 것이다.

예전에 이 앨범의 ‘Pure Fucking Armageddon’을 핸드폰 벨소리로 설정한(당연히 여자친구 없었음) 미친자가 있었는데 간만에 한번 연락해 봐야겠다.

[Obscure Plasma, 19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