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Q “The Road of Bones”

네오프로그레시브 얘기를 할 때 1인자는 물론 감히 경쟁자도 없이 Marillion이겠지만 그 다음은 누구인가? 라고 묻는다면 거기부터는 쉬운 질문은 아니다. 이런저런 이견들이 있겠지만 Clive Nolan 특유의 싼티나는 톤이 때로는 감당이 안 되고 Geoff Mann이 엄청난 보컬이었다고 생각하는 메탈바보로서 개인적으로는 Pendragon 등의 밴드들보다는 Twelfth Night를 무려 2등에 올릴 것이고, 3등은 아주 조금 고민하겠지만 아마도 IQ를 고를 것이며, 적어도 1990년 이후로 가장 굵직한 행보를 보여준 네오프로그 밴드를 하나만 꼽는다면 그것도 IQ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밴드 작명 센스가 좀 더 뛰어났다면 이 밴드의 입지는 지금보다 더 낫지 않았을까? 하긴 하릴없는 짐작일 뿐이다.

그 IQ의 1990년 이후 앨범들 중 가장 돋보이는 건 아마 “Subterranea”나 “The Road of Bones”일 것이고, 어쨌든 “The Lamb Lies Down on Broadway”의 변용에 가까워 보였던 전자보다는 후자가 내게는 더 와닿는 편이다. 일단 테마가 테마인지라 IQ의 앨범들 중에서는 가장 어두운 편인 것도 그렇고, Peter Nicholls의 나쁘게 얘기하면 때론 좀 단조로운 보컬도 이 앨범에서는 드라마틱하면서도 ‘관조적인’ 인상을 준다. 그래도 ‘Until the End’의 두터운 건반은 “The Wake”나 “Ever” 시절의 밴드의 스케일 큰 사운드를 연상케 하기도 한다. 밴드의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지점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이해가 안 되는 건 2CD 한정판이 있는데, 이 보너스 CD가 말이 보너스지 오리지널에 절대 뒤처지지 않는 수준이므로 반드시 한정판 버전으로 구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낼 거면 더블 앨범으로 내지 굳이 왜 보너스로만 끼워주는 건지 알 수 없다. 꼭 내가 2번 사서 하는 얘기는 아니다.

[Giant Electric Pea, 2014]

Mortuary Drape “Secret Sudaria”

김빠지는 앨범을 들었으니 간만에 클래식 한 장을. 사실 Nazgul’s Eyrie에서 나온 앨범들 치고 한 번에 꽂히는 경우는 그리 흔치 않은 편인데(일단 거기엔 레이블의 개똥같은 음질 정책이 한몫했겠지만), 떡잎부터 지나치게 기린아였던 Behemoth나 떡잎부터 지나치게 구수했던 Countess 같은 경우들을 제외하고 보면 가장 굳건한 입지를 자랑하는 앨범에는 아마도 이 한 장이 있을 것이다. 생각해 보면 90년대 중반에 튀어나온 밴드가 그 시절 노르웨이풍을 거의 맞지 않은 듯한 사운드를 들려준 덕도 있을 것이고, 이탈리아 밴드인 주제에 어째 특유의 싼티를 기묘하게 비껴간 덕도 있을 것이다(바꿔 말하면 Death SS 느낌이 생각보다는 덜 난다는 뜻이다). 어찌 됐건 좋은 뜻으로 하는 말이다.

밴드의 음악에서 가장 짙은 그림자로 다가오는 것은 역시 Celtic Frost겠지만 가장 비슷한 부류로 비교할 만한 밴드는 아무래도 Master’s Hammer가 아닐까? 보통 블랙메탈이라고 부르지만 동시대의 다른 밴드들보다는 좀 더 스래쉬한 스타일을 유지했고, 그러면서도 오컬트 테마를 바짝 붙들고 전형적인 헤비메탈 전개와 특유의 분위기를 이끌어가고 있다는 점에서도 그렇고, 아마도 일본의 Sabbat가 참고했을 법한 중간중간의 포크 패시지(특히나 ‘Wandering Spirits’) 등은 이 밴드 특유의 독특한 스타일이 자기만의 것이 아니라 이후의 어떤 블랙메탈의 흐름을 이끄는 단초가 되었음직하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어찌 보면 이런 스타일을 가장 잘 팔릴 만한 형태로 다듬고 다듬어 나온 게 Ghost 같은 밴드 아닐까? 장르의 통상보다 확실히 강조된 베이스 연주가 몰고 오는 구수함을 이겨낼 수 있는 이에게는 분명 확실한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앨범일 것이다.

[Nazgul’s Eyrie Prod., 1997]

Mother’s Army “Mother’s Army”

굳이 한국말로 옮기면 좀 뭣해지는 이름의 이 밴드는 다들 한가닥 하던 이들만 모아놓은 ‘슈퍼 밴드’였지만, 멤버들의 이름값에 비해서는 밴드는 그리 유명하지 않은 편이었고(어디까지나 이름값에 비해서는), 앨범을 실제로 구하는 데까지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생각해 보면 이유는 분명했다. 1993년이니 이런 하드록이 인기를 끌 시절은 지난 시점이었고, 덕분에 일본에서만 발매된 앨범이었으니 이거 말고도 살 게 많았던 돈없는 학생에게 후순위로 밀릴 이유는 차고도 넘쳤다. 그렇게 안 사고 버티다 보면 언젠가 저렴하게 보이기 마련이건만 애초에 이 앨범을 찾아들은 이가 그리 많지 않았는지 중고로도 별로 나오지 않았다. 덕분에 이 앨범을 구했을 때 이미 그 학생은 나이가 예전보다는 들어 있었다. 돈없는 건 다를 거 없었지만 말이다.

그렇게 구한 앨범은… 멤버들의 구력이 있다보니 평타는 치더라도 어느 하나 돋보일 것 없어 보이는 애매한 내용물을 담고 있었다. 탄탄한 리듬 파트를 믿어서인지 조금은 재즈 물까지 엿보이는 멜로딕 하드록이라고 하는 게 맞을 것이고, 이걸 프로그레시브하다 할 수도 있겠지만(물론 그리 복잡하진 않다) 그 트리키한 구석이 사실 별 맥락 없이 등장하는지라 들으며 대단하단 느낌은 들지 않는다. 말하자면 프로그 안 키우던 분들이 하는 부적절한 프로그의 전형인 셈인데, 그러니 차라리 좀 더 헤비한 음악으로 가는 게 좋잖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얄팍한 녹음은 그런 기대를 앨범 초장부터 접게 만든다. ‘Darkside’나 ‘By Your Side’의 적당히 블루지하면서도 나름 준수한 멜로디의 하드록이나, 앨범 중간중간 빛을 발하는 Jeff Watson의 솔로잉이 귀에 박히긴 하지만, 이 밴드에 이 정도를 기대한 사람은 아마 없었을 것이다. 심지어 일본반이니 싸지도 않았는데.

그래서인지 이 앨범을 OBI까지 잘 간직하고 있건만 어째 이 앨범은 재발매도 안 되면서 내가 구할 때보다도 가격이 더 내려가고 있는 천인공로할 시세를 보여주고 있다. 본전치기라는 게 그렇게 어려운 법이다.

[Far East Metal Syndicate, 1993]

Konkhra “Reality Check”

Konkhra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던 건 James Murphy가 뜬금없이 덴마크 데스메탈 밴드에 가입했다는 소식에서였다. 연주력은 둘째치고 James Murphy가 훌륭한 ‘데스메탈’ 기타리스트라고 생각해 본 적은 한 번도 없었으므로 저런 행보가 대체 왜 나오는 걸까 하는 의문은 당연했다. 사실 Konkhra는 데뷔 때부터 그루브를 꽤 강조하는 류의 데스메탈을 연주했던 밴드였지만, 이후 나온 그루브 메탈 물을 너무 많이 먹어 버린 “Come Down Cold”는 Konkhra를 장바구니에서 부담없이 지워버릴 이름으로 기억하는 계기가 되었다. 덕분에 Konkhra의 앨범을 다시 구해보는 데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Reality Check”는 그래도 나름 매력이 충분한 앨범이다. 밴드의 앨범들 중에서는 가장 스래쉬적인 앨범이기도 하고(굳이 비교하면 “The Gathering” 시절의 Testament), ‘Hellhound on My Trail’ 같은 곡에서 튀어나오는 Pantera풍이 중간중간 귀에 거슬리지만, 생각해 보면 The Crown도 꽤 좋아하는데 이 정도의 그루브 섞인 데스메탈을 견디지 못할 정도는 아니긴 하다. 이렇게 얘기하면서도 그런 그루브가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데가 있으니 바꿔 말하면 밴드의 송라이팅이 검증됐다고도 할 수도 있겠다. 사실 그 그루브 메탈 물을 좀 뺐더라면 Malevolent Creation의 좋았던 시절과도 비할 만한 데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앨범에서 못 뺐고 이후로도 못 뺐으며 앞으로도 못 뺄 것 같다는 게 문제일 뿐이다.

[Code666, 2003]

Of the Wand and the Moon “Midnight Will”

Of the Wand and the Moon의 장점 중 하나는 꾸준하게 계속 앨범을 지금껏 내 오는 몇 안 되는 네오포크 밴드이면서도 앨범 간에 기복이 별로 없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밴드의 단점으로 흔히 얘기되는 것이 데뷔작부터 가장 최근의 “Nothing for me Here”까지 스타일상의 변화가 거의 없다는 점임을 생각하면 사실 이게 장점인지 단점인지는 조금 헷갈리는 감도 없지 않다. 하지만 이 회고적인 경향 짙은 장르에서 변화가 심하지 않다는 것을 단점이라기는 좀 지나치지 않으려나? 따지고 보면 Kim Larsen이 Saturnus 시절 보여준 스타일과도 연결되는 모습인만큼 그냥 어느 덴마크 뮤지션의 뚝심 같은 것일지도 모르고.

그런 의미에서 Of the Wand and the Moon의 최고 ‘문제작’이라고 한다면 아무래도 “Midnight Will”이라고 생각한다. Death in June보다는 좀 덜 건조하고 감상적인 분위기의 포크이지만 Saturnus 시절 구력 덕분인지 밴드는 데뷔작에서 앰비언트 연주를 어쿠스틱 기타의 배경으로 삼는 데 익숙한 듯한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Winter Veil’이나 ‘A Dirge’가 그런 전개의 네오포크의 전형이라면 ‘A Mass’나 ‘Brace Yourself’의 기괴한 다크 앰비언트는 밴드가 이 EP에서 나름 새로운 시도를 의도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그런 시도도 따지고 보면 Current 93이나 Blood Axis(특히 “The Gospel of Inhumanity”)가 이미 보여준 바 있으므로 마냥 새롭다 할 수는 없겠지만, Kim Larsen과 Boyd Rice를 애초에 비슷한 부류로 생각한 사람도 아마 거의 없었을 것이다. Of the Wand and the Moon의 곡이라고 생각하면 황당할 지경이다.

말하자면 (물론 모든 앨범이 비슷하긴 하지만)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밴드의 스타일이 비로소 자리잡은 건 이 EP에서라고 생각하고, 결국 밴드의 이후의 앨범들은 더 프로그레시브해지거나, 아니면 좀 더 분위기 위주의 전개를 보여줄지언정 스타일에 있어서는 이 시절과 큰 변화가 없었다. 네오포크라는 장르가 힘을 잃기 전에 마지막으로 장르의 대표작들을 쏟아내던 시기이기도 했을 것이다. 물론 장사 안 되기는 그때나 지금이나 매한가지였겠지만 말이다.

[Eis & Licht,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