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nikald “Stormheit”

Blazebirth Hall을 대표하는 밴드인 Branikald의 (정규작은 아니긴 하지만)역사적인 데뷔작? 사실 따지고 보면 이름은 좀 알려져 있긴 해도 Blazebirth Hall은 노르웨이의 Inner Circle이나 오스트리아의 ABMS 같은 다른 나라의 ‘블랙메탈 서클’과 비교하면 아무래도 좀 급이 낮아 보이는 편이었고, 일단 이들만큼 NSBM 서클을 표방한 사례도 그리 많지는 않았으므로(Pagan Front 정도를 뺀다면) 확실히 그리 관심을 가졌던 부류들은 아니었다. 그래도 Branikald는 그 ‘정치적인’ 음악 하는 일군의 부류들 중에서는 그래도 좀 ‘덜’ 노골적인 면모를 보여주면서 노르웨이 블랙메탈의 전형에 다가가 있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모가 가장 두드러졌던 앨범은 밴드의 첫 데모였던 “Stormheit”인데, Darkthrone과 Burzum의 그림자 분명한 음악이지만 1994년의 블랙메탈 데모다운 절륜한 음질 덕에 진입 장벽은 밴드의 다른 앨범들보다도 특히 높은 편이다. 철저히 모노톤으로 밀고 나가는 기타 리프나 의도적으로 날카롭게 녹음된 듯한 드럼이 곡을 이끌어 나가지만 중간중간 삽입된 포크적인 요소와 5곡의 수록곡들 사이의 ‘약간의’ 차이점이 그나마 앨범을 편히 들을 수 있게 해 주는 면이다. 그래도 그 시절 노르웨이풍 블랙메탈의 미덕은 역시 차가운 분위기가 돋보이는 ‘Kaldevind’나 ‘A Stormride’ 같은 곡에서 찾는 게 맞을 것이다. 그렇다고 좀 너무한다 싶은 가격이 돋보이는 오리지널을 굳이 구할 필요까진 없어 보이고, Stellar Winter나 Autistiartili 재발매반이 자주 보이는만큼 관심있는 분은 그쪽을 알아보는 게 더 나을지도.

[Self-financed, 1994]

Death Strike “Fuckin’ Death”

초창기 데스메탈의 거두인 건 맞기는 한데 그래도 Death나 Cannibal Corpse 같은 이견의 여지 없는 거물들과 같은 반열에 두기는 그래도 한 20%쯤 모자라 보이는 감이 있는 Paul Speckmann의 진짜 음악생활의 시작? 그런데 시기적으로 따지고 보면 Master의 첫 데모나 Death Strike의 “Fuckin’ Death” 데모나 둘 다 1985년에 나왔으니 어느 쪽이 진짜 시작이었다 식으로 말하는 건 좀 그렇긴 하다.

그래도 펑크풍(때로는 그라인드코어스러울 지경으로)이 인상적인 프로토-데스 정도의 사운드는 될 Master의 초기작에 비해서 Death Strike는 확실히 좀 더 스래쉬적인 사운드를 보여준다. 말하자면 어쨌든 데스메탈과의 연결점 분명한 음악이긴 하지만 Death Strike와 비슷하게 연결될 만한 밴드는 본격 데스메탈 밴드들보다는 Cronos, Possessed나 스래쉬물 좀 더 진하게 먹었던 시절의 GBH 정도가 더 맞지 않을까? 애초에 그 시절 많은 데스메탈 밴드들과는 곡들의 소재도 그렇고 애티튜드 자체를 좀 달리했던 밴드이기도 하고.

그래도 사실 앨범의 가장 빛나는 곡인 ‘Pay to Die’나 ‘Mangled Dehumanization’는 또 Master의 데뷔작 수록곡인지라… 결국 Master와 Death Strike를 구별하는 게 뭔 의미가 있겠냐 하는 생각도 든다. 하긴 둘 다 Paul Speckmann이 알아서 하는 밴드이니만큼 말이다. 1985년 데모에 비교적 스피드보다는 묵직함에 방점을 찍은 듯한 몇 곡을 더해서 나온 1991년 데뷔작.

[Nuclear Blast, 1991]

Blind Guardian “The God Machine”

Blind Guardian의 신작. 뭐 밀레니엄 이후에 밴드의 방향도 좀 바뀌고 퀄리티도 초창기의 빛나는 행보에 비하긴 무리가 있었지만 장르의 가장 믿을만한 이름이라는 점에는 의심이 없었는데, 오케스트라를 도입하다 못해 아예 메탈이기를 포기해 버렸던 “Legacy of the Dark Lands”가 바로 전작이었던지라 이 앨범을 대하는 시선에는 의구심이 가득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나온 앨범은 밴드의 밀레니엄 이전과 이후 스타일이 꽤 잘 섞여 있는 음악을 담고 있다. 일단 중세풍과는 거리가 먼 모습에서 밴드의 초창기를 떠올릴 수는 없겠지만 ‘Deliver Us From Evil’나 ‘Violent Shadows’ 등의 빠르고 묵직한 리프는 밀레니엄 이후 오케스트레이션과 프로그레시브의 맛을 본 밴드에게서 생각보다는 자주 보이지는 않았던 모습이고, ‘Secrets of the American Gods’나 ‘Life Beyond the Spheres’ 같은 곡의 프로그레시브는 밴드가 나름 최근의 모습들을 그래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적당히 달리면서 적당히 오케스트럴한지라 과장 좀 섞으면 가끔은 비교적 ‘클린하게’ 불러준 버전의 Hollenthon 같다는 생각도 든다.

당연히도 그 좋은 시절에 받았던 느낌은 더 이상은 어려워 보이지만, 그래도 “A Night at the Opera” 이후 들었던 Blind Guardian의 앨범들 중에서는 가장 맘에 들었다. 일단 메탈의 영역으로 다시 돌아왔다는 점도 반갑다. 그러니까 “Legacy of the Dark Lands”는 대체 뭔 생각으로 만든 앨범이었을까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얘기가 또 다른 쪽으로 흐르네…

[Nuclear Blast, 2022]

Andwella “People’s People”

9월이 가기 전에 간만에? 뭐 판 비싸다고 이름만 들어봤던 밴드였고 특히나 데뷔작의 CBS판 가격은 그야말로 기가 막혔으므로 감히 손대볼 생각도 잘 못했는데, 정작 찾아 보니 CD는 그리 비싸지 않은지라 나 같은 사람도 이젠 쉽게 구해들을 수 있는 앨범이 되었다. 뭐 하긴 이 앨범 가격은 그 데뷔작보다는 원래 훨씬 양반이기도 했고.

프로그 듣는 분들이 주로 찾아듣는 밴드고 앨범이지만 그래도 이 앨범이 그렇게 프로그레시브한지는 잘 모르겠고, 데뷔작의 사이키함도 찾아볼 수 없는지라 이 앨범을 좋다는 사람은 생각보다는 자주 못 봤다. 그러니까 프로그라고 부르기보다는 차라리 The Band 풍의 포크록이라고 소개하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올뮤직이나 이런저런 사이트들에서 써놓고 있는 ‘메인스트림에 가까워진 사운드’ 식으로 얘기하면 이 장르를 찾아듣는 이들은 피해가라고 써놓는 거나 비슷할 테니 그런 면에서는 제대로 인정받지 못해 온 앨범이라는 생각도 든다. 9월이 가기 전에 ‘Four Days in September’는 일청을 권해본다. 멋진 앨범이다.

[Reflection, 1970]

Psyco Drama “From Ashes to Wings”

북미 프로그레시브 메탈의 (그리 뿌리깊지는 않은)계보를 굳이 파고들다 보면 중간에 한번쯤은 이름을 디밀곤 하는 어느 90년대 밴드의 2015년 재결성작. 말이 계보지 사실 90년대 초중반 활동한 이 장르의 밴드들 중에 Dream Theater 같은 장르의 거목을 제외하면 사실 살아남은 이름 자체를 찾아보기 어렵고, 이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두 장 내고 사라졌던 밴드였던만큼 저런 소개는 밴드들 본인들로서도 좀 계면쩍을지도 모르겠다. 각설하고.

오리지널 라인업 재결성은 아니지만 어쨌든 밴드의 핵심이었던 Corey Brown(Magnitude 9의 바로 그 분)만큼은 확실히 남아 있고, 원래 밴드가 그랬던 것처럼 Dream Theater풍보다는 확실히 좀 더 직선적인 파워메탈에 가까운 음악을 들려주는데, 보컬이 보컬인지라 밴드는 이런 음악을 연극적으로 풀어내는 데 역량을 경주한다. 달리 말하면 파워메탈이긴 해도 별로 밀어붙이는 데는 관심이 없다는 얘긴데, ‘때로는 좀 과해서 늘어진다는 느낌도 없잖은지라 나로서는 조금은 김 빠지게 들린다. 그래도 ‘To Live Again?’ 처럼 Hercules Castro의 테크니컬 기타가 꽤 노력하는 곡들에서는 화끈한 맛을 나름 느낄 수 있으니 기대가 과하지 않았다면 그리 나쁘지는 않을지도? 하지만 어쨌든 밴드명에서 기대되는 똘끼 같은 건 전혀 맛볼 수 없으니 굳이 찾아들을 이유도 잘 모르긴 하겠다.

[Pride & Joy Music,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