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랙메탈의 화신 같은 밴드였다가 슬슬 소시적 좋아했던 음악들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하면서 크러스트펑크의 기운을 과시하던 Darkthrone은 슬슬 “F.O.A.D”부터는 본격 헤비메탈의 면모를 함께 드러내기 시작했고(일단 멤버 본인들부터가 Manilla Road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이후 앨범마다 어느정도 갈짓자 행보를 보여주긴 하지만 헤비메탈의 기운은 어느 정도는 항상 분명했다. 굳이 따지자면 Celtic Frost풍으로 블랙메탈을 변주한 모습을 보여준 “Old Star”나, 블랙이라기엔 둠에 가까워 보였던 “Astral Fortress” 정도가 좀 애매하다 싶긴 하지만 이 80년대 헤비메탈 빠돌이 밴드에게 헤비메탈 바이브는 버릴 수 없는 무언가가 된지 오래 된 것처럼 보인다.
그럼 제목부터 흘러가도 잔뜩 흘러간 시절의 메탈을 탐구하는 듯한 “Pre-Historic Metal”은 어떨까? 굳이 pre-historic이란 말을 쓴 의도를 정확히 점칠 수는 없지만 처음부터 Mercyful Fate풍 리프로 Manilla Road식 헤비메탈을 재현하는 듯한 ‘They Found One of My Graves’가 등장하니 앨범의 정체성은 가히 분명하고, 예전부터 (반쯤은 개그마냥)보여주던 모습이기도 하지만 Fenriz의 약간 김빠진 King Diamond 모창을 만나볼 수 있는 ‘The Dry Wells of Hell’에 이르면 밴드의 취향이 변하지 않았음은 더욱 명확해진다. 사실 듣다 보면 Mercyful Fate보다는 이쯤 되면 Candlemass에 가까운 거 아닌가 싶기도 한데, 만든 양반의 잡식성 취향을 대변하듯 다양한 80년대 메탈의 흔적을 남겨놓는 앨범인만큼 이런 모습들을 난삽하다고 싫어할 사람도 꽤 있지 않을까 싶다. ‘Eat Eat Eat Your Pride’처럼 본격 크러스트펑크 재현의 시간을 갖는 곡이 많은 청자가 원했을 만한 화끈함을 선사하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집중하기 어려워 보이는 앨범이라 하는 게 맞을 것이다. 하긴 커버부터 뭔가 트롤링에 가까워 보이는 모양새이니 그런 게 밴드의 의도였을지도 모르지만 우매한 청자로서는 이해하기가 참으로 어렵구나.
[Peaceville,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