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얘기 나온 김에 독일 프로그레시브 메탈 밴드 Darkstar의 데뷔작. 흔히 Psychotic Waltz의 사이드 프로젝트마냥 소개되곤 하는데, Psychotic Waltz의 기타를 맡았던 Dan Rock이 End Amen을 같이 했던 Siggi Blasey와 함께 결성한 밴드인만큼 그런 소개는 사실 그리 정확하진 않다. 그럼에도 그런 소개말이 붙은 이유를 굳이 이래저래 짐작하자면 End Amen부터가 꽤 프로그레시브한 스래쉬를 연주하던 밴드였고 거기에는 당연히 Psychotic Waltz의 영향이 상당하기 때문이지 않았을까… 싶은데, Uwe Osterlehner도 Deathrow에서 야심찬 프로그 스래쉬(“Deception Ignored”)를 내놓은 바 있으니 Deathrow 입장에서는 저 소개말이 좀 섭섭하게 보일지도. 하지만 “Life Beyond”에서 느꼈던 묘한 지루함을 생각하면 Deathrow보다는 Psychotic Waltz에 추가 기우는 것도 이해못할 바는 아닐 것이다. 각설하고.
End Amen에서 보컬이 아쉬웠음인지 이렇게 두 멤버가 다시 헤쳐모여 내놓은 음악은 앰비언트풍이 꽤 강한 인스트루멘탈로만 이루어진 프로그레시브 메탈이었는데, 보컬 대신 이런저런 영화에서 따온 샘플링들이 공간감 강한 신서사이저 연주에 얹히면서 ‘우주적인’ 분위기를 조성한다. ‘Confusion on a Grand Scale’처럼 Psychotic Waltz의 소시적이 떠오르는 기타가 돋보이는 곡도 있지만 그마저도 일반적인 메탈 곡이라기보다는 존스타운 참사의 이런저런 음향들을 샘플링하면서 분위기 자체에 집중하도록 하는 모습을 보인다. 전반적으로 Vangelis나 Mike Oldfield를 더욱 어둡게 만든 듯한 신서사이저와, 리프라기보다는 특정 테마에 집중하는 반복적인 기타 연주가 중심이 되는데, 이걸 무척 혁신적인 프로그메탈이라고 찬사를 보내는 이도 있었겠지만 나로서는 좀 듣기 피곤하다. Dan의 기타 연주도 이전에 참여한 밴드들에서 보여준 에너제틱함보다는 글리산도나 비브라토가 돋보이는 매끈한 흐름이 주가 되는데(해서 가끔은 Allan Holdsworth 생각이 난다), 꽤 다층적인 연주를 보여주는 기타나 신서사이저에 비해 퍽 단조로운 리듬 파트가 이어지는 모습을 보면 통상적인 메탈 팬이 즐겨들을 만한 스타일은 아닐 것이다. Tankard 출신 드러머를 데려와서 만들어낸 리듬이 이래서는 좀 곤란하다.
그러니 Psychotic Waltz의 팬보다는 헤비 리프에 그리 거부감이 크지 않으면서 한때 크라우트록에 관심을 갖다가 모든 밴드가 신서사이저에 관심있는 건 아니라는 걸 깨닫고 취향을 다잡았던 이가 우연히 접하고 ‘아니 세상에 이런 음악이!’라며 놀라워할 만한 앨범… 정도로 설명하는 게 나을 것이다. 하지만 Psychotic Waltz의 팬이 아니라면 과연 이 밴드에 관심을 가진 이가 과연 얼마나 될까? 그렇게 세상 일이 참 마음같지만은 않다는 진리를 다시금 실감한다.
[Institute of Art, 19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