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초엽에 대해서 이제는 딱히 소개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글로 밥벌이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게 일반인들은 흔히 ‘문송하기’ 마련인 세상에서는 거의 진리에 가까운 얘기일 것이고 작가가 그간의 저술로 살림살이 좀 나아졌는지는 알 수 없으나 적어도 SF를 표방했다는 점에서 이 작가가 돈 생각하고 작가 생활을 시작한 건 아니라는 것은 더없이 분명해 보인다. 책을 들춰보지 않고 쉽게 알 수 있는 내용은 이 작가가 정말 성실하고 정력적인 창작 활동을 계속해서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고, 김초엽이라는 이름이 붙은 책을 대형서점 매대에서 벌써 여러 권 찾아볼 수 있으니 그래도 그럴 만한 반응을 얻어내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그래도 얼치기 SF 팬으로서 김초엽이라는 작가에 대한 아쉬움이라면 현실에 지나치게 접근한 탓에 SF적 상상력이 그리 발휘되지 않는 경향이 있어 보인다는 것이고(역시 문외한은 용감하게 막말하는 법이다), “므레모사”는 그런 모습을 더욱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유명 무용수 유안이 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고 고된 재활에 성공하지만, 주변의 찬사와는 달리 스스로는 사고 이전의 다리가 그림자마냥 남아 있다고 느끼면서 의족을 이물질마냥 여기게 되고, 그러면서 스스로 무너져 나가던 중 베일에 싸인 공간인 ‘므레모사’로의 여행을 선택한다는 게 대략의 줄거리인데, 유독성 화학물질 유출사고 이후 좀비 같은 귀환자들이 횡행하는 의문스러운 공간이라지만,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등을 지켜본 입장에서 이건 그리 대단한 아이디어가 아닐 것이다. 과학의 과장과 왜곡이 없지야 않겠으나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세상과 므레모사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와 그리 다르지 않아 보인다. 작가의 의도는 아마도 상처받은 주인공에 대한 흔한 위로와 응원이 대개의 극복 서사가 보여주는 것과는 달리 오히려 상처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려는 것처럼 보이는데, ‘므레모사’라는 공간이 그런 의도에 기여하는 바가 뭔지는 알 수가 없다. 재난 이후 펼쳐진 폐허에서 비합리적이며 때로는 오컬트한 질서가 형성되어 있는 모습이 인상적일 수 있겠으나 결국은 이야기의 주된 흐름에는 전혀 기여하지 않는 악세사리처럼 보인다.
그럼 SF 얘기는 그렇다 치고 이 책은 읽을 만한 작품인가?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어떻게 소외된 이들을 소설에서 다뤄낼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분명해 보이고, 어찌 보면 퇴행적인 선택에 이르는 주인공의 모습이 납득될 수 있도록 시종일관 설명하는 모습은 작가가 어떤 메세지를 전달하고자 하는지만큼은 명확히 보여준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가 묵직하게 들려오기에는 세상은 생각보다 많이 빡빡하다고 생각한다. SF를 굳이 표방했다면 현실 이상의 상상력은 당연한 덕목이라고 소심하게 외쳐본다.
[김초엽 저, 현대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