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스웨이브 뮤지션 중 The Weeknd를 제외하면 Kavinsky만큼 크게 성공한 사례는 아마 없을 듯하고, 장르에 미친 영향이란 면을 고려하면 신스웨이브(중에서도 아웃런)의 최고 구루를 꼽는다면 가장 강력한 후보 중 하나가 Kavinsky라는 점도 이견이 없어 보인다. 물론 그렇다고 Kavinsky의 작품이 이 장르 최고의 결과물이었냐고 묻는다면 그 대답은 좀 다를 수 있겠고, 신스웨이브라는 건 분명하지만 꼭 아웃런 스타일만 내놓은 것도 아니었으므로 누구를 가장 높은 자리에 둘 것이냐는 암만 좁은 필드 내의 얘기일지언정 생각들이 서로 다를 수도 있겠다. 어쨌든 Kavinsky가 어제 세상을 떠났다 하니 또 짧지만은 않았던 한 시절이 지나갔다는 느낌이 든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신스웨이브뿐만 아니라 많은 전자음악/일렉트로닉 뮤지션들이 그렇듯 Kavinsky도 굳이 앨범 단위로 활동하지는 않는 뮤지션이었으므로 결국 이 ‘데뷔 1집’도 Kavinsky가 2013년까지 내놓았던 많은 트랙들의 모음집이라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그래도 그렇게 소개해서야 재미가 없으니 Kavinsky는 대충 뮤지션 본인의 오너캐로 보이는 주인공과 빨간색 페라리 테스타로사가 중심이 된 컨셉트를 정하고 그에 맞게 곡들을 큐레이션해서 앨범을 내놓았다. 물론 교통사고 후 페라리 테스타로사와 몸이 융합되어 좀비가 된(?!) 주인공이 일렉트로닉 음악을 만든다는 얘기를 보고 제대로 된 컨셉트 앨범 같은 걸 기대했다면 아마 기대한 쪽의 잘못이 더 클 것이다. 그보다는 80년대의 이런저런 모습들, 이를테면 석양이 지는 해변가 도로를 오픈카로 달리는 모습, 적당히 싼티나는 비주얼의 슬래셔 무비, 잊을만하면 등장하는 헤어메탈풍 기타(특히 ‘First Blood’) 등을 이래저래 콜라주한 모습을 생각하는 게 더 나을 것이다. ‘Rampage’에서 드래곤볼 Z 극장판에 나오던 메탈쿠우라 테마곡 샘플링을 발견할 정도가 되면 이제 이 앨범이 나름 컨셉트 앨범이었다는 건 더 이상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러니 그저 유쾌하게 떠오르는 장면들을 즐기면 충분할 것이고, 사실 신스웨이브 앨범이 그 정도면 충분한 게 아닌가 싶다. 물론 이제는 유행이 가도 몇 물은 갔고 이미 2013년에도 M83, Chromatics 같은 이름들이 등장한 이상 식상하다는 평가가 나오긴 하겠다만 태생부터 회고적이었던 이 장르와는 그리 어울리지 않는 얘기일 것이다.
[Record Makers,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