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gstkrieg “Angstkrieg”

Dimmu Borgir의 베이시스트로 가장 유명한 인물이라면 아무래도 Nagash이겠는데(물론 ICS Vortex도 있다만), 사실 Nagash가 그렇다고 밴드의 오리지널 멤버는 아니었다. “For All Tid” 와 “Stormblast” 에서 베이스를 친 이는 Brynjard Tristan이었는데, 하필 밴드가 ‘힛트’ 를 치기 시작한 것이 “Enthrone Darkness Triumphant” 부터였기 때문에 이 양반을 별로 기억하는 이가 의외로 없는지도 모르겠다. 하긴 이 시절의 Dimmu Borgir는 “Puritanical Euphoric Misanthropia” 부터의 Dimmu Borgir와는 다른 밴드라고 하는 게 더 맞을테니 기억해 주는 이가 별로 없다 하여 이상할 것까지는 없으렷다.

Angstkrieg는 벌써 1996년에 밴드에서 ‘짤린’ Tristan이 Violator와 함께 1999년에 결성한 밴드…라고 하는데, 라인업에서 굳이 눈에 띄는 점이 있다면 Tristan이 보컬에 전념한다는 것이고, 굳이 또 눈에 띄는 이가 있다면 Koldbrann의 멤버와 함께 Disciplin이라는 (별 향상심 없어 뵈는)밴드를 함께 하던 Gape Horn이 드럼을 치고 있다는 것. 그러니 Tristan이 있기야 하다만 이 밴드가 별로 심포닉 블랙과는 관련이 없을 것이라는 점을 능히 짐작할 수 있다. 스타일 자체도 2010년에 나와서 그렇지 90년대 초중반 노르웨이 스타일에 가깝다. 말하자면 아주 전형적이라는 뜻이다.

그래도 스래쉬와 블랙 사이를 은근히 넘나들면서 Dead가 마이크를 잡던 시절 Mayhem의 음습함을 재현하려는 모습에서 나름의 매력을 찾을 수 있다. 7분이 넘어가는 ‘When You Were Mine’이 대표적인 예라고 생각하는데, 때로는 Dead 모창을 하는 듯한 Tristan의 목소리도 곡과 잘 어울리고, 때로는 “Incipit Satan”의 Gorgoroth마냥 음습함을 걷어내고 긁어대는 모습도 나쁘진 않다. 하지만 달리 말하자면 이걸 기복이 엄청 심하다고 받아들일 이도 있을 것이다. 아마 저 썸네일의 답 없는 밴드 로고도 아마도 어디 가서 칭찬받지는 못했을 것이다. 하긴 그래서 한 장 내고 부랴부랴 망해버렸을지도.

[Self-financed, 2010]

Tudor “Ultra Black Metal”

앨범명만 봐서는 블랙메탈의 역사에 확실한 정도까진 아니더라도 나름의 족적을 남겼어야 마땅해 보이지만 듣고 나면 뭐가 울트라한지 의문을 지우기 쉽지 않은 체코 밴드의 컴필레이션. 하지만 이 90-91년경 데모들의 음악은 어쨌든 90년대 초반 이제 막 본격적인 용틀임을 앞둔 블랙메탈의 스타일과 꽤 맞닿아 있었으니 NWN!이 뭘 보고 굳이 주목했는지는 이해도 된다. 하지만 1991년은 이미 Root가 바야흐로 “Hell Symphony”를, Master’s Hammer가 “Ritual”를 내놓을 시점이었다. 체코 블랙메탈의 선구자라고 하기에도 너무나 강력한 경쟁자들이 있으니 듣다 보면 습작 밴드 생각을 지우기 어려운 Tudor가 족적을 남기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도 꽤 카랑카랑하고 체코말로 이국적인 인상을 던져주는 보컬이 템포만 빠를 뿐 별로 돋보이지 않는 연주를 이끌어가며 분전하고 있고, 시작은 미약하였지만 노력만은 분명했는지 1990년 데모 수록곡들에 비하면 1991년 데모의 수록곡들은 거의 모든 면에서 확연한 발전을 보여준다. ‘Destrukce mozku’나 ‘Excsorszit’ 같은 곡들이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고, 특히나 “Spalovna” 7인치의 수록곡에서는 무려 키보드를 등장시키는 패기를 보여준다. 물론 Master’s Hammer에 비교하면 안타까워지지만 나름대로 오컬트한 분위기와 블랙스래쉬를 어떻게 엮어낼 것인지 고민한 흔적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래도 이 울트라하지 않은 음악을 울트라하다니 나처럼 우매한 청자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차라리 Root 전작 컬렉션을 하는 게 나을 것이다.

[Nuclear War Now!, 2005]

Various “A.B.M.S.: Norici Obscura Pars”

오스트리아 블랙메탈의 가장 유명한 앨범 중 하나이자 가장 유명한 블랙메탈 컴필레이션 중 한 장이 아닐까? 참여한 밴드들의 면면만 보더라도 90년대 중반 오스트리아 블랙메탈의 가장 굵직한 이름들을 망라하는 한 장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라면 오스트리아의 굵직한 이름들 중 가장 굵직한 두 이름, Abigor와 Summoning은 정작 빠져 있다는 점인데… 1995년이면 Abigor야 이미 충분히 멋진 앨범들을 내놓고 있었지만 Summoning은 아직 굵직하다고 하기는 좀 그렇기는 하다. 하지만 이 앨범에 참여한 밴드들 중 1995년 기준 Summoning보다 거물이었다고 할 만한 밴드는 생각해 보면 Pazuzu밖에 없으니 약간 홍철 없는 홍철팀 같은 느낌은 있다. 하긴 Napalm이 데리고 있는 밴드를 Dark Matter에서 데려올 요량은 없긴 했을게다.

그래도 앨범은 충분히 훌륭하다. 일단 2019년까지 Martin Schirenc의 Vuzem과 Raymond Wells의 Knechte des Schrenkens의 곡을 담고 있는 유일한 앨범이었고(난 Vuzem과 Hollenthon이 같은 밴드라는 생각이…. 아무래도 들질 않는다), 레벨 차이가 서로 없진 않지만 당시로서는 그래도 언더그라운드에 처박혀 있던 밴드들만을 골라내면서 이만큼 곡들이 고르게 들을만한 블랙메탈 컴필레이션은 정말 보기 드물다. 비교적 스래쉬풍이 강한 음악을 연주한 Trifixion과, 늘 그랬듯이 오스트리아판 전설의 고향을 연주하고 있는 Pazuzu를 빼면 클래시컬한 바탕을 보여주는 멜로딕 블랙메탈을 담고 있다. 그 시절 오스트리아 블랙메탈의 팬이라면 취향저격도 이 정도로 제대로 때려박는 사례가 없는 셈이다.

그래도 추천곡은 Vuzem의 2곡이다. 이후 밴드는 2019년에 이 2곡을 추가곡 하나 없이 그대로 정규 1집인 것처럼 재발매하는 뻘짓을 보여주지만 이 2곡은 오스트리아 블랙메탈의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어느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Dark Matter, 1995]

White Medal “Yorkshire Steel”

White Medal은 영국 Yorkshire 출신 원맨 밴드이다. 사실 영국의 풍요로운 록/메탈 토양에 비한다면 영국의 블랙메탈은 다른 장르에 비해서는 돋보이지는 않는 편이고, 당장 Cradle of Filth를 제외하면 신통찮게 느껴지는데 이상하게 앨범은 잘 구해지던 Benighted Leams나 요새 나름 판은 잘 나가는데 그리 끌리지는 않았던 Winterfylleth, 하드록스럽던 면모까지 있던 The Meads of Asphodel 정도가 먼저 기억이 나고 있으니 그런 평가가 마냥 근거없는 건 아닐거라 자평하고 있다. 그렇지만 저변이 넓어서인지 영국도 그네들 나름의 씬을 확실히 갖고 있는 것 같기는 하다. Legion Blotan은 Yorkshire에 있는 레이블인데, 나오는 앨범들이 거의 대부분 그 동네의 로컬 밴드들의 앨범인 걸 보면 시절이야 많이 늦었지만 Deathlike Silence의 후예를 꿈꾸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

바로 이 Legion Blotan을 운영하는 George Proctor가 White Medal의 유일한 멤버이다. 2007년부터 White Medal의 활동을 해 왔다는데 이전의 데모/스플릿들이야 들어본 바 없지만 오랜 구력 탓인지 이 데모 앨범은 생각보다 빈틈이 없다. 90년대 초중반에 나왔어야 할 정형적인 스타일이지만 사실 그렇게 빠른 템포의 음악은 아니고, 상당히 분위기에 집중하는 스타일의 음악을 들려준다. 건조하고 거친 음악이지만 중간에 피아노를 잠깐 집어넣는 센스가 무작정 달리는 데에는 밴드가 별로 관심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보컬도 다양한 색깔은 아니지만 확실히 둔중하고 두꺼운 톤의 래스핑을 들려주는데, 일반적인 스타일은 아니지만 음악에는 어울리는 편이다.

그리고 이 밴드가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리프라고 생각한다. ‘Agait Back t’Ooam’ 의 인상적인 트레몰로도 그렇고 간혹은 Celtic Frost까지 떠올리게 하는 ‘Wod, Blod n’ Feathers’ 의 리프는 그 즈음에 나왔던 ‘올드한’ 스타일의 블랙메탈 리프 중에서는 가장 인상적인 사례에 꼽힐 것이다. 사실 워낙 다작하는 밴드인만큼 이것저것 전부 구하는 건 말이 안 될 밴드인데, 그 중 몇 장을 고른다면 이 데모가 아마 그 중 하나로는 충분할 것이다. 멋진 앨범이다. CD 버전은 Darker than Black에서 발매.

[Legion Blotan, 2012]

Fire + Ice “Birdking”

원래 네오포크라는 장르가 그렇기도 했지만 이 용어를 만들어낸 장르의 선구자들이 내놓았던 클래식들 중에서도 사실 전형적인 ‘포크’라고 할 만한 앨범은 생각보다 많지는 않은데, 그런 면을 생각하면 네오포크라는 명명이 포크의 전형성보다는 그런 포크의 컨벤션을 어떻게 뒤틀었는지 방식에 중점을 둔 분류에서 비롯했다고 하는 게 더 맞을 것이다. 그렇다면 포크라는 명칭에도 불구하고 좀 더 포크의 원형에 가까운 밴드들이 이 장르에서는 좀 더 이색적인 부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포크의 원형에 다가간 밴드들을 인더스트리얼이나 노이즈 등을 섞어내 괴팍한 결과물을 내놓는 밴드들과 동일 분류로 묶어줄 만한 키워드는 가사가 다루는 테마를 접어두고 사운드만으로 생각하면 사이키델릭 정도 말고는 잘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네오포크 중 사이키 포크에 가까운 음악을 연주했던 부류의 대표사례라면 아무래도 Fire + Ice가 첫손가락은 아니더라도 다섯 손가락 안에는 꼽혀줘야 믿을 만한 플레이리스트가 되잖을까 생각한다. 특히나 장르 최고의 기타리스트일 Richard Leviathan(그런데 왜 내 CD에는 Richard ‘Leviathon’으로 쓰여 있는지)의 유려한 연주가 깔리는 가운데 기본적으로 따뜻한 톤의 목소리지만 가끔은 Morrisey마냥 위악 넘치는 면모도 선보이는 Ian Read의 보컬, 기타에 베이스는 물론 멜로디카에 오르간까지 다양한 포지션을 오가며 빈자리를 메꾸는 Michael Cashmore의 연주를 생각하면, 이 앨범 당시의 Fire + Ice는 (연주의 측면에서만 보자면) 네오포크 장르에서 가장 단단한 편성을 가졌던 밴드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이 밴드가 전통적인 포크 또는 70년대 사이키 포크의 재현에만 관심을 둔 것은 아니다. 아마도 Stephen King의 그 빌런을 다루었을 ‘Flagg’이나 ‘The Werewolves of London Town’은 어쨌든 이들이 우리와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이들임을 명확히 보여주고, 밴드는 이후 “Fractured Man”에서 그런 ‘현대적’ 면모를 좀 더 강조한 모습을 드러낸다. 하지만 나처럼 Fire + Ice에 그런 현대적인 음악을 굳이 원하지 않는 이라면 “Birdking”이 밴드가 내놓은 마지막 노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본인의 성향을 떠나서 앨범으로는 정치적 설화에 휩싸이지 않았던 Ian Read인 만큼 이 장르의 정치적 ‘불온’에 대해 우려하는 이들에게도 좀 더 안전한 선택일 것이다.

[Fremdheit,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