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zzy Osbourne “No Rest for the Wicked”

문득 얘기하다가 이 앨범이 30년이 넘었다길래 간만에. 사실 Ozzy Osbourne의 기타리스트 중 첫손가락이라면 대개는 Randy Rhoads를 꼽겠지만 그저 테크닉만 본다면 “Speak of the Devil” 라이브 땜빵이었던 Brad Gillis가 최고이지 않았을까 싶고, 누가 들어온들 어차피 Ozzy의 밴드이지만 Ozzy만큼이나 밴드의 사운드에 큰 영향을 미쳤던 사례라면 Randy보다는 Zakk Wylde가 아닐까 생각한다. ‘Miracle Man’이 그만큼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려나? 지금이야 수염 하나 없던 젊은이는 어디 가고 근육 키우려고 무슨 약을 쓸까 궁금해지는 수염마초 근육돼지 아저씨가 되었지만 Wylde의 연주 스타일은 지금까지 저 곡에서 보여줬던 모습에서 크게는 벗어나지 않았고, Ozzy Osbourne의 음악도 분명 확연히 달라졌다. 저게 교회인지 양돈장인지 싶은 뮤직비디오도 인상적이었고.

앨범에서 가장 유명한 곡은 아무래도 ‘Crazy Babies’이겠지만, 무척 잘 꽂히지만 아무래도 이만큼 단순한 리프 연주하려고 Zakk을 쓰기에는 아깝게 느껴져서인지 지금도 그 곡은 그리 찾아듣지 않는다(내가 “Never Say Die”를 별로 안 좋아하는 것도 있고). 그보다는 그 즈음 Black Sabbath의 어느 곡보다도 묵직했던 ‘Breaking all the Rules’나, Zakk Wylde의 격렬한 리프 연주가 돋보이는 ‘Tattooed Dancer’ 등이 더 나을 것이다. ‘Devil’s Daughter(Holy War)’에서 헛웃음을 지었던 기억이 옥의 티로 다가오지만 아마도 당시의 밴드로서는 최선에 가까웠을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시절의 탓도 있겠지만 그 때까지의 Ozzy의 어느 앨범보다도 헤비하기도 하고.

[Epic, 1988]

Eric Clapton “461 Ocean Boulevard”

이름만으로도 일세를 풍미한 싱어송라이터의 이미지가 다가오는 Eric Clapton이지만 사실 보통 생각하는 만큼 앨범에 본인의 자작곡을 많이 실었던 뮤지션은 아니었다. 그러고 보면 일단 잘 알려진 훌륭한 연주도 있겠지만 누구의 곡을 연주하더라도 철저하게 자신의 스타일로 소화해내는 능력이 무척이나 뛰어났던 인물이라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 뭐 Cream부터 시작해서 클래식 록 관련 책들 조금만 들춰봤다면 익숙할 만한 밴드들을 거쳐가며 쌓아 온 무지막지한 커리어가 주는 후광도 있을 것이다.

그런 ErIc Clapton의 소화력이 가장 돋보였던 한 장을 꼽는다면 그래도 이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역시 이 앨범도 Eric Clapton이 작곡한(또는 참여한) 곡은 셋밖에 되지 않지만 누가 만들었던 컨트리풍 짙은 포크 팝으로 무지막지하게 소화해내는 모습(그리고 Yvonne Elliman의 코러스)은 이 분의 혈기왕성했던 모습을 보지 못하고 Tears in Heaven 아저씨 정도로 알고 있는 이들의 생각을 바꿔놓을 만한 퍼포먼스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아직 ‘I Shot the Sheriff’의 레게만큼은 귀에 들어오질 않는다. 하필 저 곡이라니 역시 판장사 할 팔자는 아닌 셈이다. 하긴 Solitvdo 다음에 Eric Clapton이 나오는 블로그 하면서 무슨 판장사란 말이냐.

[RSO, 1974]

Solitvdo “Hegemonikon”

이런 류의 커버를 흔히 쓰곤 하는 밴드들은 흔히 Arditi 류의 인더스트리얼을 의식한 류의 음악이나 ATMF 특유의 (상당한 허세가 섞인)탐미적인 류의 블랙메탈을 연주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마샬 인더스트리얼이라는 장르 자체가 조금은 힘이 빠진 듯한 요즘이라면 아무래도 후자를 생각하는 게 보통일 것이고, Solitvdo도 그런 기대를 벗어나지 않는다. 다만 ATMF의 다른 밴드들에 비해서는 실험적인 면모는 좀 덜하고, 사실 전형적인 멜로딕 블랙메탈의 컨벤션에서 크게 비껴나지는 않는다. 다만 블랙메탈 리프 사이사이에 트리키하게 들어가는 데스메탈 리프와, Aborym의 ‘Roma Divina Urbs’ 류의 분위기를 의식했을 법한 신서사이저가 극적인 분위기를 만들려 노력한다.

그 분위기는 생각보다 아주 그럴듯하다. 사실 빠르게 몰아붙이는 리프에 비해서 비교적 격렬함이 덜한 건반이지만 해먼드 오르간과 브라스 톤(이 부분만큼은 Sear Bliss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으로 호전적인 분위기만큼은 잘 살려내고 있고, 덕분에 ‘epic’이라는 촌평들에 공감하는 데는 별 문제가 없다. 그만큼 멜로디도 선명한 편이기 때문에 사실 ATMF의 발매작들에 적응하지 못하는 이들에게라면 더욱 적절할 것이다. ‘Vita est Proelium I’ 같은 곡을 듣자면 Arditi를 좀 더 듣기 편한 멜로디를 붙여 블랙메탈로 편곡했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사실 그만큼 폭력적인 비트는 없지만 극적인 구성만큼은 꽤 닮은 데가 있다.

꾸준하다 못해 일관된 분위기가 좀 피곤한 감도 없진 않지만 멋진 앨범이다.

[ATMF, 2021]

Pagan Altar “Mythical & Magical”

Black Sabbath의 향기 강하게 나는 둠메탈을 연주하는 후배 밴드!라고만 하기에는… 후배가 맞긴 하지만 1978년에 시작된 이 밴드의 Angel Witch만큼이나 오랜 역사를 생각하면 좀 그렇다. 이런 얘기가 나오는 자체가 이 밴드가 그리 주목받았던 적은 없었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보기 드물게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멤버로 있었던(Terry Jones와 Alan Jones) 점이 흥미를 끌었을 뿐이니 암만 잘 팔릴 스타일은 아니었을지언정 밴드로서는 좀 억울하기도 할 것이다. 그래서인지 밴드는 많은 앨범들에서 보여준 실력에도 불구하고 “Judgement of the Dead”를 제외한 모든 앨범을 자주반으로 제작해야 했다. 문제라면 “Judgement of the Dead”가 나왔던 레이블도 Black Widow였으므로 돈 버는 데는 아무 도움이 안 됐을 거라는 점.

그렇지만 Manilla Road와 Black Sabbath의 중간 정도에 있는 듯한 Terry Jones의 보컬과 함께 포크적인 면모를 강하게 보여주었던 이 밴드는 그야말로 Black Sababth 스타일의 ‘둠 메탈’ 밴드들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경우였고, 사실 똑같은 음악만 계속했던 밴드도 아니었다. Terry Jones가 참여한 마지막 앨범이었던 이 앨범에서는 그 오랜 시절을 버텨 온 스타일이 무르익었다고 생각한다. 노골적으로 흘러간 시절의 포크를 재현하는 ‘Samhein’도 있고, 동류의 여느 밴드보다도 훨씬 묵직한 전개를 보여주는 ‘Daemoni Na Noiche’도 있고, 무엇보다 밴드 최고의 곡 중 하나일 ‘The Rising of the Dark Lord’가 있다. 이 곡 하나만으로도 밴드는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인기 없는 거 보면 얼마나 공감하려나 싶긴 하지만.

[Oracle, 2006]

Nature And Organization “Snow Leopard Messiah”

이름만 보면 무슨 자연보호단체인가 싶지만 사실은 Michael Cashmore의 솔로 프로젝트였던 Nature And Organization은 오랜 경력에도 불구하고 정규반은 두 장의 앨범만을 내놓았는데(“Third Terminal Position”을 쳐주기는 좀 아니지 않나), 사실 딱히 구하기 어려운 앨범들은 아니었지만 Durtro에서 나왔던 “Beauty Reaps the Blood of Solitude”는 그래도 40유로를 호가하니 항상 구매의 우선순위에서는 조금씩 밀리던 앨범이었다. 그래서인지 Trisol은 이 프로젝트의 두 장의 앨범에 보너스트랙을 붙여 이 한 장으로 재발매하는 수완을 보여주었고, 이 앨범은 여전히 20유로 이하에 꾸준히 팔리고 있으니 밴드를 입문하기에는 이 앨범만한 것도 없겠거니 할 수 있다. 뭐 이 앨범을 구했다면 라이브나 EP 두 장 정도 말고는 딱히 더 구할 것도 없기도 하고.

일단 리마스터를 통해 음질은 대단히 좋아졌고, 특히 보컬 없이 바이올린과 피아노 위주의 단정한 연주로 승부하는 “Death in a Snow Leopard Winter”에서 이는 더욱 두드러진다. 앨범 자체가 미완성 작품이었던만큼 사실 빈 공간이 은근 느껴지던 앨범이었는데, 덕분인지 피아노의 섬세하다 못해 때로는 드뷔시마냥 회화적인 면모도 명확히 확인할 수 있는 앨범이었고, 이 재발매에서도 그런 사운드의 골자를 단정하게 정리해 보여주는 편이다.

“Beauty Reaps the Blood of Solitude”는 확실히 Current 93의 어쿠스틱한 앨범에서의 분위기가 묻어나는 앨범인데(일단 참여한 멤버들도 그렇기도 하고), 아무래도 David Tibet의 보컬이 특히 빛을 발하는 ‘Bloodstreamruns’ 같은 곡이 가장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말하자면 1994년에도 이미 Current 93을 통해 다 접해 보았을 스타일이지만 아주 모범적으로 구현해 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네오포크 특유의 불길한 분위기의 패시지와 공격적인 인더스트리얼 사운드, 그러면서도 때로는 사이키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신서사이저 등을 모두 만나볼 수 있는 만큼 네오포크라는 장르를 가장 잘 정리한 장르의 클래식 중 하나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Trisol,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