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essandro Benvenuti “Sonic Design”

Frank Gambale을 좋아하냐고 묻는다면 고개를 끄덕이긴 사실 내겐 쉽지 않은데, Return to Forever를 거쳐간 많은 기타리스트들 중 가장 귀에 박히던 이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이번에는 Gambale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이유는 딱히 없고 몇 년 전에 했던 어쿠스틱 클리닉을 가서 어머 저건 대체 뭐야 했던 기억이 있기 때문에… 라이브들을 이런 맛에 보는 거겠지. 그리고 Gambale 본인의 솔로작에 딱히 솔깃했던 기억은 없지만 이 분이 게스트로 참여했던 앨범들은 그래도 좋은 인상들이 많이 남아 있다. 레슨 비디오에서 극악의 스윕피킹을 보여주고 ‘참 쉽죠? 따라해보세요’ 하던 것도 기억에 남기도 하고. 하긴 안 그런 레슨 비디오가 있긴 있나 싶기는 하다만.

Alessandro Benvenuti의 이 솔로작도 Frank Gambale이 게스트로 참여한 점이 눈에 띄는 앨범인데, 정작 Alessandro의 스타일은 Gambale보다는 부드러운 레가토를 연주하면서도 펑키한 손맛을 강하게 주는 모습이 Greg Howe(굳이 짚는다면 “Introspection”)에 가까워 보인다. 퓨전을 연주할지언정 어쨌든 ‘재즈’ 뮤지션인 Gambale보다는 좀 더 록적인 어프로치가 나 같은 사람에게는 더 친숙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그래도 가장 인상적인 곡은 어쨌든 ‘Eternal Dream’이다. Gambale과 Benvenuti가 주고받는 솔로잉만으로도 이 앨범은 분명히 가치가 있다. 따라 쳐보려다 3분만에 포기했다.

[Self-financed, 2002]

Die Kunst der Finsternis “Das Geheimnis des Vampirs”

최근 지출이 좀 과했으므로 한동안은 좀 흘러간 추억의 앨범들을 들어보려고 한다. 그런데 말하고 보니 이러고 처음 고른 이 앨범에 무슨 추억이 있나 생각하니 딱히 떠오르는 건 없긴 하구나. 각설하고.

딱히 굵직한 활동이라 얘기할만 한 건 별로 없지만 어쨌든 보통은 그 칠레의 블랙 물이 살짝 든 헤비메탈 밴드 Bewitched(와 Darkthrone 워너비 밴드 Horns)로 가장 잘 알려져 있는 Frater D.의 원맨 프로젝트인데 어째서 스웨덴 밴드로 소개되고 있는지 존재부터 의구심이 드는 ‘스웨덴 블랙메탈 밴드’의 데뷔작. 그래서인지 음악은 Horns 스타일에 Bewitched식의 리프를 버무린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Flaming Hearts’처럼 노르웨이풍 키보드를 가미하기도 하는데, 이럴 때만큼은 ‘Gypsy’를 커버할 때의 Emperor가 떠오르기도 한다. 기량 면에서 그랬으면 참 좋았겠지만 그보다는 분위기의 측면에서 그렇다.

‘Gypsy’ 얘기가 이미 나왔지만 밴드의 최대 개성은 바로 그 ‘Bewitched식의 리프’인데, 예의 그 키보드에 Mercyful Fate를 의식했음이 역력하지만 블랙메탈의 거친 질감으로 풀어내는 그 리프가 만들어내는 분위기가 흥미롭다. Acherontas의 음악에서 Rotting Christ의 그림자를 지우면 비슷하지 않을까 싶은데, 벌써 노르웨이풍 짙은 스웨덴 블랙메탈 밴드의 음악이 그리스 블랙메탈 밴드와 비교되고 있으니 따지고 보면 어느 하나의 스타일에 딱 우겨넣기도 애매하긴 하겠다. 그렇다면 사실 리프가 최대의 개성이라고 얘기했지만 이 밴드의 진짜 개성은 바로 그런 부분에 있을지도. 참고로 난 이 앨범을 꽤 재미있게 들었다.

[Lamech, 2012]

Devil Lee Rot “A Little Devil Ain’t Enough”

작명 센스를 봐서는 블랙메탈을 듣다 보면 흔히 볼 수 있는 뮤지션을 빙자한 개그맨들 중 하나가 아닐까 싶지만 알고 보면 Tristitia와 Pagan Rites, Autopsy Torment 등을 통해 ‘나름 폭넓은’ 활동을 보여줬던 Thomas Karlsson의 그 솔로 프로젝트…의 데뷔작. 그렇지만 앨범 제목이나 곡명들도 그렇고 개그감은 충분하므로 어쨌든 개그맨이라고 하기에 부족함은 없어 보이기도 한다. 물론 ‘뮤지션을 빙자한’ 부분은 Devil Lee Rot에는 해당이 없다. David Lee Roth 기믹으로 밀고 나가다보니 이렇게 되긴 했지만 사실 기존의 활동들도 그렇고 음악은 충분히 훌륭하다. 오히려 개그 기믹이 아니었다면 좀 더 인정받았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음악은 Van Halen식 하드록과는 별 상관이 없다. NWOBHM의 기운이 감도는 ‘전형적인’ 스타일의 리프와 함께하는 헤비메탈이지만 보컬은 블랙메탈식 래스핑이므로 보통 ‘blackend heavy metal’ 식으로 불러주는 모양이지만, 의외로 기타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서 있고 베이스가 곡의 흐름을 주도하는 스타일이다. 뭐 그렇지만 베이스 연주가 화려하거나 한 건 아니고, 전체적으로 심플하게 ‘지르는’ 스타일의 리프이다보니 꽤 명확하게 들리는 베이스 리듬이 오히려 리프를 역동적으로 만들어 준다는 정도로 생각하면 되겠다. 사실 그런 면에서 초기 Iron Maiden을 떠올릴 법한 밴드의 이후 앨범들과는 좀 구분되는데, Iron Maiden도 처음부터 베이스가 기타마냥 솔로로 나서는 밴드는 아니었으므로 전혀 이해 못 할 일은 아닐지도. 화려한 솔로잉 등도 없고, 전개가 이렇다보니 전반적으로 미드템포의 여유 있는 진행을 보여주는 앨범인지라 아무래도 Countess식의 ‘구수한’ 스타일의 블랙메탈에 익숙한 이들에게 알맞을 것이다.

[City of the Dead, 2002]

Van Halen “The Best of Both Worlds”

Van Halen의 정규작은 다 가지고 있으니 이런 컴필레이션은 사실 큰 의미가 없겠지만 워낙 히트곡이 많은 밴드인만큼 앨범 여러 장을 다 갖고 다니면서 들을 수도 없는 일이고 이렇게 친절하게 모아 놓은 앨범 하나쯤 구비해 놓는 건 적어도 편의성의 취지에서는 좀 괜찮지 않은가 생각한다. Sammy Hagar 시절에 좀 기울어진 선곡을 보여준 “Best of Volume 1″보다는 앨범명부터 David Lee Roth와 Sammy Hagar를 적절히 안배하고 있는 이 앨범이 그래도 밴드의 면면을 더욱 잘 보여주는 편이라고도 생각한다. 일단 시절부터 2004년이니 밴드의 디스코그라피가 거의 완성된(솔직히 “A Different Kind of Truth”는… 그냥 그랬다) 이후에 나온 컴필레이션이기도 하고. 미발표곡도 이 앨범의 ‘It’s About Time’ 등이 ‘Me Wise Magic’보다 나으니 나로서는 이 앨범에 한 표를 준다.

문제가 있다면 “Best of Volume 1″도 그렇지만 이 앨범에도 ‘Mean Street’가 빠져 있다는 것이다. 싱글 커트가 안 된 곡도 아니고 ‘Unchained’와 더불어 가장 좋아하는 곡이 왜 베스트에는 번번히 빠져 있나 싶은데 그래도 밴드의 팝적인 면모와 호방한 아메리칸 하드록을 가장 두루 담고 있다고 생각하는 ‘Jamie’s Cryin”은 이번에는 들어가 있으니 그거로 일단 만족해야 할지도. 뭐 결국 이런 공룡 밴드 컴필레이션에 대한 호오는 선곡에 대한 의견에 달려 있을게다. 밴드의 모든 곡이 그렇지만 어느 하나 쉬이 넘길 것이 없고, Edward Van Halen의 연주(기타만이 아니라 신서사이저도) 또한 ‘당연히’ 빛난다. 이번 부고는… 꽤 타격이 있다. 밴드 말고 나 말이다.

[Warner, 2004]

Moon Far Away “Athanor Eurasia”

퀄리티를 떠나서 어쨌든 판매고는 그냥 그랬던 이 아르한겔스크 네오포크 밴드가 Prophecy에서 앨범을 내게 됐으니 확실히 뜨긴 했나보다. 뭐 그러기 충분할 만큼 매번 중량감 있는 앨범을 내놓았기도 했고, 러시아 밴드이긴 하지만 애초에 그렇게 지역색이 강한 밴드는 아니었던만큼 Prophecy에서 손대기 딱 적당해 보이는 사례이긴 하다. Moon Far Away는 곡 자체는 심플하게 가져가면서도, 보컬 라인이나 앰비언트, 약간의 일렉트로닉 등 다양한 사운드와 연주를 덧붙여 풍성한 들을거리를 만들어내는 게 보통이었으니(그런 면에서 Current 93과 확실히 비슷해 보이기도 한다), 좀 더 주머니 두둑한 레이블에서 어떤 걸 보여주려나 하는 기대도 자연스럽다.

그런 면에서는 앨범은 좀 의외다. 일단 앨범의 절반 가량은 러시아어로 가사를 쓰고 있고, 사운드도 그런 ‘다양한 사운드와 연주’를 걷어내고 포크 본연에 집중하고 있고, 곡들 대부분도 그 아르한겔스크 지역 포크 송을 반영해 작곡되었다고 한다. ‘The Song of The Five Lakes Watermills’에서는 정말 물레방아 소리가 나오는 정도인데, 물레방아 소리와 재즈 드럼을 한 곡에서 같이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이 이 앨범에서 밴드가 확실히 방향을 이전과 달리 가져가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Tony Wakeford가 참여한 ‘Celebrate!’에서는 과장 섞으면 Frank Zappa가 소시적에 했던 동유럽풍 포크 사운드도 떠오르기도 한다. 말하자면 어쿠스틱 기타/베이스, 퍼커션, 보컬로 구성된 ‘포크 밴드’로서 자신들의 곡으로 정면승부한다는 셈인데, 빠지는 곡 하나 없는 느낌이니 그런 시도는 나름 성공적이지 않았나 싶다. ‘The Blueberry Song’이 개인적인 앨범의 백미.

[Auerbach,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