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도 멋진 밴드들이 많지만 그래도 영미가 먼저 쌓아 올린 인재풀이 넓고 깊은 건 어쩔 수 없겠고 개인적으로는 프랑스어는 어쨌든 메탈의 영역에서는 핸디캡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언어의 탓이라기보다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영어로 불러주던 다른 나라의 밴드들에 비해 소수의 예외들을 제외하면 모국어를 고수하는 게 보통이었던 프랑스 밴드들이 메탈의 전성시대인들 국경을 넘어서 세계로 넘어가긴 쉽지 않았을 것이다. 80년대 초반 헤비메탈의 ‘컬트’로 꼽히는 부류들에서 은근히 프랑스 밴드들을 자주 발견할 수 있는 데는 아마도 그게 큰 이유가 아닐까? 보여주는 저력에 비해 알려지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니 말이다.

그래도 그 시절 프랑스 헤비메탈 컬트 중의 컬트(라고 부르기엔 사실 너무 유명하긴 하지만) Sortilège는 아무래도 본인들의 입지가 입지여서인지 데뷔 EP를 제외하고 정규반은 꼬박꼬박(이래봐야 두 장이긴 한데) 영어판과 불어판을 따로따로 내는 성실함을 보여주었다. 그래도 그 중 군계일학을 꼽는다면 단연 “Larmes de héros”일 것이라는 데는 생각보다 이견은 많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전작들에 비해 거친 맛이야 덜하기는 하다만 밴드의 이름을 영미의 후배들에게 알린 ‘Délire d’un fou’도 그렇고, 멜로디나 전개의 유려함이라는 면에서는 당대의 어느 헤비메탈 밴드에 비교하더라도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Quand Un Aveugle Reve’ 같은 발라드가 적응되지 않을 이도 있겠지만 멜로딕한 맛에 듣고 넘어갈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영웅의 눈물(그러니까 우리로 치면 ‘용의 눈물’)이라는 앨범명이 한국인의 눈으로 보매 이제 와서는 에이 그래도 이게 뭐냐 싶기도 하겠으나 멋진 앨범이다. 오리지널은 상태 좋으면 대충 150유로부터 시작하는 물건이지만 재발매가 자주 된고로 구하기도 그리 어렵지 않다.

[Rocks, 1986]

Sortilège “Larmes De Héros””의 4개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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