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지가 발흥하던 시절 뒤늦게 빛 좀 보려다 빛은 커녕 차트의 뒤안길로 사라졌던 많은 밴드들 중 하나였던 이 필라델피아 밴드는… 위키피디아의 소개도 그렇고 글램 메탈 밴드라고 얘기하는 게 보통인 듯하나, 사실 이 밴드의 음악이 그렇게 글램스러웠는지는 지금 생각해도 잘 모르겠다. 그냥 AOR의 기운 머금은 미국식 멜로딕메탈이라고 하는 게 더 나아 보이는데, Dokken이나 White Lion이 그 시절 다른 밴드들과 함께 묶이긴 했지만 그렇게 슬리지한 스타일은 또 아니었던 것과도 비슷해 보인다. 그만큼 잘 치는 건 아니지만 Steve Parry(당연히 Journey의 그 분과는 전혀 상관이 없음)의 기타도 적당한 화려함으로 앨범을 받쳐주는 것만큼은 확실히 해낸다.

밴드의 가장 유명한 앨범은 당연히 데뷔작이고… 힘든 가운데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내놓았을(시기가 1998년인만큼) 이 앨범은 나쁘지는 않지만 어쨌든 데뷔작만큼은 아니라는 게 일반적인 평인 듯하다. 오프너인 ‘Rock Steady’ 정도를 빼면 나머지는 좀 딸리는데다 녹음도 좀 아니라는 얘기가 많은데, Neil Kernon이 손댄 ‘Rock Steady’가 어찌 생각하면 앨범의 다른 곡들에 비해서는… 좋게 얘기하면 적당히 묵직하지만 달리 보면 혼자 겉도는 감도 없지 않다. 물론 그렇다고 이게 데뷔작에 버금가는 앨범이라 말할 생각까진 없는데, ‘Some Other Place-Some Other Time’ 처럼 확실한 멜로디를 보여주는 곡도 있고, ‘Jacky’ 같은 곡은 좋은 시절의 Harem Scarem을 생각나게 하는 면도 있다. 좋다는 얘기다.

특이한 것은 이 장르의 앨범들이 일본반이 보너스트랙도 그렇고 가장 알차게 나오는 게 보통인데, 이 앨범은 확실히 성의없어 보이는 커버를 제외하면 Perris Records에서 나온 버전이 6곡이나 더 많이 들어있다는 점이다. 저 6곡 때문에 한 장 더 사는 건 좀 아니다 싶긴 한데 혹시 싸게 넘기실 분은 연락 주시면 깊은 감사 드린다.

[MTM Music,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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