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t Eviga Leendet는 스웨덴어로 ‘eternal smile’ 정도의 뜻이라 하니 블랙메탈 밴드에게 어울리는 이름인가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인터넷에 의하면 스웨덴 작가 Pär Lagerkvist의 1920년 작품명이라는데, 예전에 “바라바”를 좀 들춰보며 읽었던 것 같긴 하나 기억은 잘 나지 않는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에게 이런 홀대라니 싶지만 내가 이런 식으로 넘어간 작가들이 뭐 한둘인가… 하고 일단 넘어간다. 어차피 앨범을 선택한 이유는 밴드명이 아니라 저 멋지구리…한 커버와 Mare Cognitum의 보컬이 참여했다는 사실 때문이다. 2022년 올해의 블랙메탈 앨범! 식으로 이 앨범을 꼽았던 이들도 넷상에 많이 보인다는 것도 덧붙인다.

음악은 노르웨이풍이 묻어나지만 모던하다는 말을 쓰기에도 부족하지 않아 보인다. 날카로운 트레몰로 리프는 Blut aus Nord 식의 뒤틀림이 없지 않지만 어쨌든 장르의 전형에 가깝다면 때로는 클린 톤으로 뽑아낸 따뜻한 멜로디를 보여주면서도 빠른 템포를 유지하면서 보여주는 최면적인 분위기는 post-black의 모습에 다가간 것처럼 보인다. ‘Retch’ 같은 곡은 Solefald와 Panopticon의 스타일을 조합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앰비언트를 이용해 숨을 고르는 모습을 보여주는 ‘Visage’나 ‘Yield’도 전체적인 스타일에서는 그리 다르지 않다. Jacob Buczarski의 보컬도 강렬하긴 하지만 곡의 흐름에서 벗어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물론 이런 류의 스타일도 꼭 새로운 건 아니지만(Der Weg Einer Freiheit 같은 모범사례가 있는만큼), 어쨌든 밴드가 개성을 찾으려 많이 고민한 모습만은 역력해 보인다. 그만큼 즐길거리도 많은 앨범이고, 충분히 즐겁게 듣기도 했다. 평이 좋은 이유가 있더라.

[Mystickaos,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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